기술 과대광고 사이클 속 AI 도입 잇단 실패…실질적 문제 해결이 아닌 ‘트렌드 추종’ 경계해야
AI는 블록체인을 닮았다: ‘기술 과대광고’의 전형적 경로
AI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화두로 떠오른 지금, 이는 과거 블록체인 열풍이 보여준 ‘기술 과대광고(hype cycle)’의 전형적인 경로를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오스트레일리아대 마케팅학과 강사 게디미나스 립니카스(Gediminas Lipnickas)는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AI 기술의 실제적 효용과는 무관한 과잉 기대와 투자, 그리고 그로 인한 후폭풍을 경고했다.
기술 과대광고 사이클(hype cycle)은 가트너(Gartner)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신기술이 과잉 기대와 홍보 속에 급부상했다가 실제 적용에서의 난관으로 환멸을 겪고, 이후 점차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영역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뜻한다. AI 역시 이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전례: 이름만 바꿔도 주가 상승?
2017년 블록체인 열풍 당시, 미국 음료 회사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는 회사명을 ‘롱 블록체인’으로 바꾸었고, 주가는 하루 만에 400% 폭등했다. 코닥도 ‘코닥코인’이라는 자체 암호화폐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으나,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실질적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채 시장에서 퇴장했다. 블록체인은 현실적 문제 해결보다는 투기적 자본과 마케팅에 휘둘렸고, 그 결과 2019년까지 기업용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약 90%가 실패로 귀결됐다.
2023년 이후 AI에 대한 기대가 폭증하며 유사한 양상이 반복됐다. 버즈피드는 AI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100% 넘게 올랐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뉴스 부문을 폐쇄했다.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는 고객 상담 인력을 AI 챗봇으로 대체했으나 고객 불만이 증가했고, 결국 인력을 다시 채용했다. CNET은 AI가 작성한 기사 오류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기업은 왜 기술 과대광고에 빠지는가
과대광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기대 수준의 과잉 ▲단기 수익 추구 ▲실행 전략 부재 때문이다. 경영진은 기술을 추상적이고 유토피아적으로 포장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나 실행계획이 없다. 다수 기업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적으로 도입을 서두르며, 그 결과는 대체로 실망으로 돌아온다.
블록체인이 ‘자산 토큰화’ 등 금융시장 일부에서 실용적 쓰임새를 찾았듯, 생성형 AI도 과대광고가 사라진 뒤 진정한 가능성을 구현할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립니카스는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며, 사람의 판단과 AI의 능력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도입의 목적은 트렌드 추종이 아니라 실질적 문제 해결이어야 한다. 립니카스는 “장기적인 성공은 명확한 목적과 신중한 실험, 그리고 실제 적용에서 비롯된다”며, AI 도입 또한 성급한 일괄 적용이 아니라 문제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I거품 #기술과대광고 #블록체인데자뷰 #AI실패사례 #생성형AI #AI전략 #버즈피드 #클라르나 #CNET #기술도입주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