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중동·아시아·중남미 포함, 총 19,000명 이상 유학생 타격…“국제 고등교육의 흐름 흔들릴 것” 우려 확산
미국 입국 금지 조치, 교육 교류까지 얼어붙다
2025년 6월 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로운 입국 금지 조치를 발효하면서, 전 세계 19개국 유학생들의 미국 대학 진학과 체류에 심각한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총 12개국 국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7개국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제한을 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국가 안보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국제사회와 고등교육계에서는 “차별적이고 반교육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오픈도어즈(Open Doors)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입국이 전면 금지된 국가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는 이란이다. 현재 미국에 유학 중인 이란 국적 유학생은 12,430명으로, 전체 영향을 받는 유학생 약 19,000명 중 65%를 차지한다. 뒤를 이어 미얀마(3,222명), 아이티(883명), 아프가니스탄(702명) 출신 유학생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도 큰 타격을 입었다. 수단(398명), 리비아(365명), 적도 기니(234명), 콩고(180명), 소말리아(117명), 에리트레아(73명), 차드(66명) 등에서 총 1,433명의 학생이 이번 조치에 포함되었다. 예멘 유학생도 256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조치에서 ‘부분 제한’에 해당하는 국가는 베네수엘라(3,904명), 시에라리온(385명), 토고(240명), 부룬디(199명), 투르크메니스탄(180명), 쿠바(117명), 라오스(114명) 등이다. 이로 인해 약 5,000명의 유학생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며, 장학금, 연구 교류, 입학 심사 등 다양한 교육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비자 발급 정보 미흡” 이유…비판은 “노골적 차별”
트럼프 측은 이번 조치를 “해당 국가들의 비자 발급 및 보안 심사 정보가 부족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사실상 특정 국가 국민 전체를 잠재적 위험 인물로 간주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국제법상 차별 금지 원칙을 위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란 정부는 이를 “국제 인권 및 국제법 질서에 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아프리카 유학생 및 학계는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대학과의 협력은 물론, 교육 기회의 축소, 연구 네트워크 붕괴 등의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케냐에 본부를 둔 고등교육국제화네트워크(ANIE)의 제임스 조위(James Otieno Jowi) 대표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고등교육 시스템을 강화하려 했지만 이번 조치로 해당 노력이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학생들은 유럽, 중국, 인도 등 다른 교육 중심지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 학계에서는 ‘디지털 협력 모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대응: “지역 협력과 남반구 중심 대안 모색해야”
리비아 고등교육학생재단(Walid Gashout) 대표는 “이번 조치는 리비아처럼 교육 재건을 시도하는 국가에 심각한 타격”이라며, “아프리카는 이제 서구 중심의 교육 협력 대신 지역 내 협력과 비서구 국가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학자들 또한 비슷한 입장이다. 영국 SOAS의 아르신 아디브-모가담 교수는 “아프리카는 자립적인 고등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단과학아카데미(SNAS)의 모하메드 하산 회장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미국 고등교육 기관에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가져오는 과학적 통찰과 창의성을 잃게 될 것”이라며,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세계과학아카데미(TWAS) 등은 남남 협력 확대와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석박사 펠로우십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카메룬 부에아대의 명예학장 빈센트 티탄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아프리카를 향한 미국 정부의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아프리카 각국은 아프리카연합(AU)의 ‘Agenda 2063’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에 투자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리카과학기술혁신위원회(ASRIC)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며 “지역의 자생적 연구 역량을 키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치는 단순한 출입국 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고등교육의 흐름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외교적 행위이다. 교육은 국경을 넘는 인재의 흐름을 기반으로 한다. 정치적 경계를 이유로 이 흐름을 차단한다면, 이는 교육만이 아니라 미래의 국제 협력과 공동 발전의 기회까지 함께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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