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는 익숙하지만 액션은 확실한 프랑스산 액션 스릴러
2025년 6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프랑스 영화 『K.O.』는 전형적인 장르 공식을 따르면서도 UFC 파이터 시릴 가네(Ciryl Gane)의 출연이라는 이색적인 선택을 통해 액션의 강도를 높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마르세유의 어두운 뒷골목과 MMA의 세계를 배경으로, 복수와 구원이라는 낡지만 강력한 테마를 담아낸다. 특히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액션 소비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잔상을 남길 것인가. 넷플릭스 K.O.
스토리 라인: 죄의식과 구원이 교차하는 여정
영화는 주인공 바스티앙(Bastien)의 피로 물든 링 위에서 시작된다. 상대 선수 엔조를 실수로 죽이게 된 그는 격투기를 떠나 은둔생활을 시작한다. 2년 후, 엔조의 미망인 엠마가 찾아와 실종된 아들 레오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면서 바스티앙의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스티앙은 경찰 켄자와 함께 마르세유의 범죄조직 ‘만슈르’에 맞서게 되고, 영화는 이들의 여정을 통해 구원과 복수, 책임과 연대의 테마를 펼쳐낸다.

액션 시퀀스의 진짜 주인공: 시릴 가네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단연 액션이다. 실제 UFC 파이터인 시릴 가네가 맡은 주인공은 격투씬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나이트클럽에서 벌어지는 격투 장면과 경찰서 총격전은 『존 윅』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카메라 워크와 타격감으로 시선을 끈다. 바스티앙의 몸놀림은 단순히 스턴트가 아니라, 현실과 훈련에서 길러진 본능적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인상을 준다.
『K.O.』는 클리셰를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충실히 따름으로써 관객의 장르적 기대를 충족시키려 한다. 복수를 품은 전직 파이터, 부패한 경찰 내부, 범죄조직과의 일대 접전, 그리고 미성년자를 구해야 하는 도덕적 사명감 등은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지만, 그 익숙함이 장르적 쾌감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은 동시에 캐릭터의 입체성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바스티앙과 켄자의 내면은 이야기 속에서 비교적 평면적으로 다뤄지며, 레오와의 관계 또한 감정의 깊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감정 대신 주먹: 감정선의 결여와 빠른 전개
영화는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액션과 스토리를 우겨 넣다 보니 감정선이 생략되거나 압축적으로 표현되는 한계를 보인다. 바스티앙이 왜 비폭력의 삶을 다시 버리고 폭력의 세계로 들어서는지, 켄자가 왜 그토록 무모하게 사건에 뛰어드는지에 대한 설명은 최소화되어 있다. 이는 몰입의 깊이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경이 되는 마르세유의 풍경은 영화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어두운 골목, 붉은 조명 아래의 클럽, 총성과 비명이 울리는 경찰서 등은 프랑스 누아르 스타일의 정서를 잘 살려낸다. 특히 ‘만슈르’ 조직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며, 프랑스 범죄영화의 미학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결국 바스티앙과 켄자는 경찰 내부의 배신자를 밝혀내고, 레오를 무사히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만슈르’ 조직은 와해되고, 바스티앙은 다시 길을 떠난다. 이 결말은 해피엔딩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바스티앙이 스스로의 과거를 직면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선택을 보여주며 상징적인 울림을 남긴다.

『K.O.』가 남긴 것: 프랑스 액션의 가능성과 한계
『K.O.』는 프랑스 영화계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액션 시장에 다시금 도전장을 던진 사례다. 할리우드식 전개, MMA 기반 리얼 액션, 프랑스 누아르의 감성을 결합해 만든 이 영화는 분명 시청자에게 일정 수준의 만족을 선사한다. 그러나 감정선의 부재, 구조적 단순함, 빠른 전개로 인해 ‘기억에 남는 영화’로 자리 잡기엔 무리가 있다.
『K.O.』는 “스토리는 익숙하지만 액션은 확실한” 프랑스산 액션 스릴러다. 존 윅 스타일 액션과 마르세유 갱단 배경이 흥미롭고, MMA 선수 출신 주연배우의 실전형 액션이 영화의 중심을 잡고 있다.
장르적 기대에 충실하며, 기대 이상의 감동은 없지만 기대 이하의 액션은 아니다. 액션 팬이라면 한번쯤 즐겨볼 만한 수작이지만, 드라마와 서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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