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투자는 줄고 있지만,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25년 세계 에너지 투자 총액 3.3조 달러 중 화석연료 공급 부문에는 약 1.1조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지만, 전력 부문 투자와 비교하면 2배 가까운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석유와 석탄 투자 흐름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World Energy Investment 2025』 보고서에서 “석유와 가스 부문 투자는 전반적으로 하락세지만,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부문에서는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 안보 우려 속에 오히려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석유와 정유 투자는 감소… “이제는 수익성보다 수요의 문제”
2025년 석유 공급 부문 투자액은 약 5,0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6%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정유 부문 투자는 지난 10년 사이 최저치에 도달했으며, 새로운 대형 정유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는 단순한 원유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수요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과 화학제품 수요 둔화, 효율기기 확산 등으로 석유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IEA는 “석유 산업은 이제 공급이 아닌 수요에 의해 위협받고 있으며, 수요 정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천연가스 부문은 국가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가스 수요가 급감하고 있지만, 미국과 카타르,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대규모 LNG 프로젝트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약 25개의 신규 LNG 액화시설 건설이 계획되어 있으며, 특히 미국은 LNG 수출 인프라 확대를 통해 중동에 이어 세계 2위 생산국 자리를 굳힐 예정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 제재로 인해 가스 수출이 크게 위축되었으며,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동쪽으로 시장을 전환하고 있다.
석탄발전, 정책 역행 속에서도 증가세… 아시아가 주도
2025년 세계 석탄 발전소 투자액은 약 1,150억 달러로, 2023년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국내 전력 수요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이유로 신규 석탄발전소를 적극 승인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한 해에만 약 70GW 규모의 석탄 발전 설비 승인을 내렸고, 이는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인도 또한 2025년까지 20GW 이상의 신규 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탈탄소 전략과의 명백한 충돌이며,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에너지 수급 안정이 우선시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화석연료 투자가 둔화되고 있는 반면, 바이오연료·수소·CCUS(탄소포집저장) 등의 저배출 연료 분야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기준 저배출 연료 관련 민간 투자액은 약 15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5년 전 대비 3배 가까운 증가다.
그러나 이들 투자의 공통점은 ‘정책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정부 보조금, 세제 혜택, 규제 지원 없이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실제로 수소 생산 비용은 화석연료 대비 2~4배가량 높은 수준이며, CCUS는 설치비용과 운송 인프라 문제로 인해 대규모 확장이 지연되고 있다.
수소경제의 현실: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없다
수소는 2025년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청정연료 중 하나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계획 중인 청정수소 프로젝트는 1,000개 이상이며, 생산량은 연간 40Mt을 초과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투자 결정이 이뤄진 프로젝트는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IEA는 수소 산업의 ‘수요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운송, 산업, 발전 등 수소 활용처가 아직 제한적인 데다, 가격 경쟁력이 부족해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전력요금도 불확실성이 크다.
탄소포집저장(CCUS)은 2025년에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부는 이를 석탄·가스 연장의 명분으로 본다. 그러나 IEA는 CCUS 없이는 산업 부문 탈탄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운영 중인 CCUS 프로젝트는 50여 개이며, 연간 약 5천만 톤의 CO₂를 포집하고 있다. 그러나 203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규모를 20배 이상 확장해야 한다. 투자비용은 물론, 인프라 구축을 위한 허가·운송·저장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바이오연료: 항공산업과 해운업의 기대주
전기화가 어려운 항공·해운 산업에서는 바이오연료가 유일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기준 항공용 지속가능연료(SAF) 투자액은 약 70억 달러로 추산되며, 글로벌 항공사들은 SAF 도입 비중 확대를 위해 공급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다만 바이오연료도 공급원 확보 문제와 환경적 지속가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곡물기반 연료는 식량 문제와 충돌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식물성 기름보다 폐기물 기반 원료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청정연료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전체 저배출 연료 투자 중 약 80%는 북미와 유럽, 중국 등 고소득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아프리카와 동남아는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제도적 리스크, 금융 접근성, 정치적 불안정성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서 청정연료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국제금융기구와 개발협력 파트너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World Energy Investment 2025』는 단순한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만으로는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기술의 확산, 수요처 확보, 수익성 확보, 지역 간 불균형 해소 등 복합적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투자는 구조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강한 반등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청정연료는 정책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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