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 수험생 운명이 달린 시험…AI도 멈춰섰다
“공정성 위해 AI 차단”…테크기업들의 이례적 조치
2025년 6월 8일, 중국 전역에서 1,330만 명이 참여하는 ‘가오카오(高考)’가 시작되자마자,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테크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능 일부를 일시 중단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다. 이는 가오카오 기간 중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AI 챗봇이나 이미지 인식 기능이 시험 시간 동안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되었다.
바이트댄스(ByteDance)가 개발한 AI 챗봇 ‘도우바오(豆包)’는 이용자가 시험 문제를 올리자, “대학입시 기간 중 질문 응답 서비스는 중단됩니다”라는 안내문을 띄웠다. 텐센트의 ‘위안바오’, 알리바바의 ‘Qwen’, 문샷의 ‘Kimi’ 등도 시험 시간 동안 이미지 인식 기능을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 AI 플랫폼 ‘딥식(DeepSeek)’은 이용자들에게 특정 시간대 서비스 중단을 사전에 고지했다.
이는 기술이 학습 도구로 자리 잡은 가운데,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어적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생들은 “덕분에 과제 못 하겠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치열함의 상징 ‘가오카오’…시험을 위해 도시가 멈춘다
가오카오는 단순한 대학입시가 아니다. 중국 사회에서 이 시험은 ‘인생의 분기점’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진다. 2일간 시행되던 시험은 최근 4일 일정으로 확장되었고, 국어, 수학, 외국어(주로 영어), 종합 과학 또는 인문과목 등 총점 750점 만점을 기준으로 대학 입학이 결정된다.
특히 유명 대학일수록 컷오프 점수가 높아, 단 1점 차이로 인생이 갈릴 수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물론 가족 전체가 수 년 간 준비에 매진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이사하거나 거주지를 이전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시험 기간 동안 도시 전반이 조용해진다. 일부 도시는 시험장 주변 공사 및 행사 일정을 연기하고, 출근 시간을 늦추며, 수험생 전용 통행로를 운영하는 등 ‘국가적 이벤트’에 가까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AI 기술은 감시자가 되고, 지원자는 소외된다
AI 기술은 단순히 차단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AI 기반 감시 시스템이 동원되어 시험장 내 부정행위를 감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음성 인식, 시선 추적, 신체 움직임 분석 등 다양한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수상한 행동을 탐지하고 있다.
장시성 등 일부 성에서는 시험 후 AI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시험 영상 전체를 다시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입장 시에는 생체 정보 확인, 전자기기 소지 여부 검사, 전파 차단기 설치 등 철저한 보안 절차가 시행된다. 수험생은 시험장에서 모든 통신 장비를 반납해야 하며, 감독관도 일제히 교육을 받는다.

중국의 입시 문화와 AI의 상호작용
중국 사회는 수십 년간 가오카오를 통해 계층 이동의 기회를 만들어왔다. 특히 농촌이나 저소득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는 도시 상위권 대학 진학이 ‘사회적 사다리’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동시에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유발해 교육 불균형, 지역 격차, 사교육 과잉 등의 문제를 동반했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로 여겨졌지만, 이번 사태는 ‘기술의 공정성’에 대한 중국 사회의 깊은 우려를 드러낸다. 시험 당일 일부 챗봇의 자동 차단 기능은, AI가 오히려 특정 집단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수 년간 AI를 교육 혁신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가오카오를 둘러싼 상황은 기술 활용과 공정성 보장의 균형이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를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한 학습 보조 도구로서의 AI가 공존하는 시대. 이번 가오카오는 그 전환기에 놓인 중국 교육 시스템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앞으로 AI 기술이 더 정교해지고, 학생들의 의존도도 높아질수록 ‘어디까지가 학습이고 어디부터가 부정행위인가’라는 질문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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